[이벤트] 평범 그 자체인 일반인이 프리랜서 번역가를 시작하는 방법

식품회사 경력 5년 차, 토익 600점대, 취미는 게임, 쇼핑, 화장, 여행, 영화 보기, 책 읽기

모난 성격, 사회성 없음, 집중력 제로, 공부 질색, 퇴근하면 하는 일은 게임하기.

N 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사회생활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성희롱, 잦은 회식, 회사 사람들과 적당한 친밀도 유지하기 등의 사회생활은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나는 그저 혼자 놀기 좋아하는 일반인일 뿐이었다. 항상 북적이는 지하철 출퇴근길, 종이컵에 블랙커피 한 스푼, 뾰족한 구두에 물집이 잡히고, 엉망이 되어버린 발, 허리를 조여서 밥 먹을 때마다 거슬리게 만드는 치마는 나를 지치게 했다. 힘들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이 고생에 비해 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히 임윤의 이글루를 보게 되었고, 여러 글을 눌러보다가 번역에 관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한테 유리하다는 게임 번역은 스팀(여러 종류의 게임을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많은 게임을 섭렵해온 나에게 있어 굉장히 유혹적인 말이었다. 그렇게 한국산업번역교육(구 번역실미도)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한국산업번역교육에 가입한 시기는 2018년 7월이었고, 첫 번역 일을 8월 17일에 시작했다. 가입하자마자 나는 이력서를 만들고 프로즈 프로필을 만들었다. 나는 번역 경력이 없었다. 어떻게 이력서를 채웠을까? 커리큘럼에 모두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나는 식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라벨 표시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식약처 홈페이지를 제 집 드나들듯 다녔다. 게임을 많이 했기 때문에 spell이 게임에서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해외여행을 이제까지 혼자서 다녔기 때문에, 여행 관련 자료에 대해서 조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실험 조교였기에 화학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내 경력이 되었다. 게임을 많이 해봤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면 그 분야의 산업 번역을 할 수 있다. 이는 아주 특별하고 어려운 경험이 아니며 그 누구든 겪을 수 있는, 혹은 겪었던 경험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커리큘럼대로 이력서를 작성하여 이력서를 뿌릴 차례가 되었다.



위와 같이 엑셀로 업체의 프로즈 주소, 별점, 홈페이지, 이메일 주소 등을 정리해서 약 한 달 동안 하루에 10개 내외로 이력서를 보냈다. 그리고 8월 17일에 첫 일이 들어왔다. 첫 번역 일이 들어왔을 때, 손이 덜덜 떨렸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정말 일이 들어왔네? 다음은 어떻게 하지? 나처럼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진정하고 한국산업번역교육 질문 게시판에 질문을 하자. 시간은 새벽 1시, 어떤 시간에 질문을 해도 한국산업번역교육은 바로 답을 해준다. 첫 일이라 어떻게 업체와 소통하는지도, 프로그램도 잘 몰랐지만, 모를 때마다 질문하고 자세한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잘 처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첫 일을 받고, 이력서에 번역 경력을 넣을 수 있었다.

번역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하는 동안만큼은 그 누구도 나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에 게임이나 인터넷 쇼핑을 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으며, 지옥철에 올라 출근을 할 필요도, 회식을 할 필요도 없다.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도 생겼다.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두드릴 수도 있다.

이제 가입한지 9개월이 되었다. 사실 9개월 동안 계속 번역만 하지는 않았다. 5~6개월 동안 부족했던 영어 공부도 했고, 모자라는 부분을 더 배워나갔다. 지금은 번역 일로 경력 쌓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 나는 QA를 처음 해봤고, 모르는 것이 있어서 질문했고 답변을 받고, 그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오늘은 프루프리딩을 PM으로부터 제안받았다. 하던 일 자체도 영어와 관련이 없었고, 번역 경력도 얼마 되지 않기에 모르는 것이 많은 나는 한국산업번역교육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저번 달, 처음으로 내가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만큼의 번역료가 내 손에 들어왔다.

노력한 만큼 벌기 힘든 사회인만큼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하라는 대로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눈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건 된다고.

이 글은 한글산업번역교육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고 싶습니다.



어디 말할 곳도 없고 해서 이곳에 한번 털어놔보았습니다.

다른 분들 후기 보면서 힘내고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줄은 드립입니다. 이 말을 빼먹었네요.
yerm9119 번역가 yerm9119 · 2019-05-07 18:09 · 조회 4457
전체 19

  • 2019-05-11 23:49

    우와 대단하시네요! 토익 600점대라 하셨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도 번역가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실력이 얼마나 돼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ㅠㅠ


  • 2019-05-07 18:17

    우와...정말 희망찬 얘기...감사요...


  • 2019-05-07 19:07

    엑셀로 업체의 프로즈 주소, 별점, 홈페이지, 이메일 주소 등을 정리해서
    -> 비범하십니다...
    반성하고 용기 얻고 갑니다. 잘 읽었어요!


    • 2019-05-08 17:09

      222 저도 이거 보고 감탄했네요............ 될분될!


  • 2019-05-08 09:19

    말씀들을 너무 이쁘게 해주셔서 감동받았습니다. 다들 복받으세요.


  • 2019-05-08 18:25

    막줄 드립이 젤 맘에 듭니다. 덕분에 오늘 웃었어요 ^^


  • 2019-05-12 15:23

    ㅠㅜㅠㅜㅠㅜ 부러워요..저도 빨리 퇴사해서 프리 번역가로 자리잡고 싶네요 ..


  • 2019-05-07 18:17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 2019-05-07 18:18

    식품회사 5년 경력부터 산업번역 업계에선 이미 평범하지 않으신....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2019-05-07 18:43

    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도 시작할 때 저렇게 엑셀 폼을 만들어서 이력서 돌려야겠어요. 그럼 트라도스 사용법을 거의 안 익히고 시작하신 건가요? 트라도스를 어느 정도 연습하고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해야할지 조금 고민이라서요.


    • 2019-05-07 19:19

      저 시절엔 교재가 없었고요 지금은 있으니 트라도스 연습하시면서 이력서 돌리시면 됩니다.


      • 2019-05-07 19:49

        그렇군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19-05-07 20:23

          옙 선생님 말씀대로입니다. 트라도스 기초 배우고, 연습하면서 이력서 돌렸습니다.


  • 2019-05-07 21:33

    대학시절 실험 조교로 일하면서 화학을 알고,
    게임을 많이 플레이 해봤고,
    해외 자유 여행 많이 해봤고,
    식품 회사 5년차,
    쇼핑, 화장에도 일가견이 있고,

    다재다능하신데요?
    번역을 잘 할 수 있는 밑천이 충분하니 결국 성공하시네요.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19-05-08 10:37

    아 중복 좋아요 안되는 것입니까! 밑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번다는 사실이 정말 감동이죠-_ㅜ


  • 2019-05-08 11:59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은 1인으로써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벌던 만큼의 수입 올리신 것 축하드려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바라며 멋진 후기 잘 읽고 갑니다!:D


  • 2019-05-08 14:42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멋지게 성공하셨네요!! 앞으로 쭉쭉 더 많이 버시길 바래요 🙂 저도 또 한번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고 갑니다. 공유 감사드려요!!


  • 2019-05-08 14:51

    한국산업번역교육 포럼 글 처음부터 이 마지막 글까지 정독했습니다! 마지막 글이 훈훈해서 더 뿌듯하네요!


  • 2019-06-14 11:53

    너무 잘 읽고 갑니다.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화이팅하세요! 저도 언젠가 글 적을 날을 기대하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