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글

프리랜서 번역가로 사는 장단점은 이미 많은 분께서 말씀해 주셨으므로 저는 한국산업번역교육(구 번역실미도) 자체 그리고 자리를 잡기까지에 관하여 논하려고 합니다.

때는 2017년 12월, 건강상의 문제로 두 번째로 입학한 대학을 자퇴하고 나는 절대 회사생활은커녕 사람 구실도 못 하겠다는 절망감에 누워만 있던 도중 우연히 산업번역가 임윤님의 이글루를 알게 되었고, 임윤님께서는 번역가란 훌륭한 학위와 넓은 인맥(및 고귀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고정관념을 깨 주셨습니다. 몸이 약한 저에게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마침 실미도 뗏목을 모집한다기에 얼른 입금하였지만 우울과 무기력의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잠적을 해 버렸습니다. ..

실미도에 돌아온 것은 2019년 6월이었습니다. 다행히 글을 읽고 쓸 정도로는 회복해서 지금이라면 번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트라도스를 구매하고, 홈페이지가 생겼다 하여서 들어와 보니 실미도 가입 당시와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교재도 생겼고, 커리큘럼도 체계화되어 있고, 친절하게도 질문과 답변 게시판까지 생겨서 트러블이 있을 때는 게시판 검색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유게시판에는 회원님들의 인생템 영업 및 각종 꿀팁이 많이 있었습니다. 면가원 수연소면 영업해주신 대원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십시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나 말고도 번역을 하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걱정을 할 시간에 번역 실력을 쌓고, 영업을 하여 경력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일단 이력서부터 돌리고 보자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번역 에이전시는 모두 방문해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고,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일단 제대로 작성하여 첨삭이 끝난 이력서를 돌리고 나서도 일감이 없다면 그때 걱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트라도스를 구입하는 데에 사용한 비용을 3개월 만에 회수하였습니다.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번역 외적인 영업,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곳에서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번역 실력을 올리는 것 자체는 스스로 하셔야 합니다. 인강 및 도서는 추천해 주시지만, 듣거나 읽고 소화하는 건 각자의 몫이니까요. 샘플테스트를 첨삭 받으시면 제출하고 그냥 잊어버리지 마시고 이게 왜 이렇게 바뀌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될 리가 없겠죠?

프로즈에 가입하고 트라도스를 막 설치했을 때에는 교재 및 홈페이지에 쓰여있지 않은 여러가지 삽질을 했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 깨달음만 얻었습니다. 교재 및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만 성실히 따라 한다면 산업번역가로 자리 잡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성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 같고 정말 이게 효과가 있나 싶겠지만, 이력서를 계속 돌려야 샘플테스트가 오고, 하나둘 붙으면 계약하는 에이전시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건강도 많이 회복하고 금전적 여유도 생겨서 방통대를 병행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거래하는 에이전시가 많지는 않지만, 일 욕심이 없어서 쉬고 싶을 때나 시험 기간에는 과감히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필요하다면 나중에라도 연락이 올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업이야 또 하면 되니까요. 초조하고 조급해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합니다.

저는 임윤님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뷁 번역가 뷁 · 2019-12-05 02:06 · 조회 216
전체 14

  • 2019-12-05 13:32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허송세월한 탓에 자신감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고, 컴퓨터에 트라도스까지 구매 했지만 지금은 이력서를 채울 경력이 없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불안해하며 시간 보내고 있어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다가 영어실력도 번역가가 되기에는 모자라다고 생각하니 방구석에서 애꿎은 손톱만 뜯고 있네요...ㅠ 이 도움 안되는 생각들을 끊어내고 뷁님의 글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맘 다잡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2019-12-05 15:52

      자신감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어떤 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경력을 쌓으려면 일단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워낙에 경력자만 찾는 한국 사회에 너무 절어 있어서 저도 2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하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하면 할 수 있어요. 어제보다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오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2019-12-05 09:02

    안녕하세요~ 저는 이력서 첨삭 받다가 정박사님 동강 추천받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안하던 공부를 하려니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미련한 제 머리를 치며 이런 머리와 실력으로 할 수 있을까 저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들으니 지칠 시간에 조금 더 공부하자 싶네요.^^ 좋은 글로 아침부터 힘을 주셔서 감사해요!^^ 뷁님도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 2019-12-05 12:40

      혼자만 겪는 고행이 아니라 모두가 거치는 과정이에요. 어차피 피할 길도 없으니 제 커리어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글이 힘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활기찬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19-12-05 09:16

    이런 간증글 정말 감사해요. 저랑 너무 같은 부분이 많아서 더욱 감동하며 읽었습니다ㅠ 몸이 아파서 생산활동을 못하고 집에 있게 되면 무기력과 좌절의 콜라보를 겪게 되는데 그걸 이겨내고 이력서를 쓰신 후 번역을 시작하신 뷁님의 용기에 물개박수를 보냅니다. 전 일단 도피하느라 방송대 편입을 먼저 했는데ㅋㅋ 뷁님은 여유있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시다니 그것도 정말 멋져 보이세요. 저도 임윤님을 일생의 구원자로 여길 수 있도록 이력서를 쓰는 작업부터 일단 부딪쳐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간증글을 쓰신 타이밍을 보아하니 기말 벼락타임을 보내시다가 공부가 몹시 지겨워 글을 쓰신듯 하지만ㅋㅋㅋㅋ 꼭 기말시험도 만점왕 되셔서 장학금 겟초ㅑ하시길 진심으로 응원드려요. 고민할 시간에 공부하고 이력서를 돌리자!!! 2020 슬로건으로 삼고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적게 일하시고 떼돈 버세요 뷁님ㅎㅎ!!!


    • 2019-12-05 12:38

      신입학이라 기말은 이미 다 끝났습니다^0^ 장학금보다는 복수전공을 목표로 성적 관리하고 있어요. 아직 시험이 남아있으시다면 힘내세요.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 2019-12-05 12:18

    일단 좋아요를 누르고 읽습니다.


    • 2019-12-05 12:41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12-05 16:22

    저도 힘내서 도전해보겠습니다. 며칠 전에 트라도스 샀거든요. 응원의 글 감사합니다. ^^


    • 2019-12-06 01:23

      도전을 해야 결과가 나오는 법이죠! 응원하겠습니다~!


  • 2019-12-05 20:03

    와... 학업까지 병행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어서 금전적인 여유가 생겨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삶을 열어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12-06 01:24

      방통대는 학기당 학비가 30만원 선이고, 학업 강도가 높지 않아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서 남는 시간에는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 2019-12-05 21:45

    저도 입금 후 잠수 기간이 길었던지라 제 얘기 보는 줄 알았네요 ㅋㅋㅋ 일단 이력서부터 돌리고 보라는 말에 100% 공감합니다!!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 진리네요ㅠㅠ
    사실 12월 되면서 의욕이 없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뷁님 글을 읽고 자신을 다시 채찍질해봅니다.
    (특히 "성실히" 이 부분에서 뼈 맞았네요.. 성실하지 못한 인간인지라ㅠ-ㅠ)
    좋은 글 감사드리며 12월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 다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 2019-12-06 01:26

      감사합니다!! 어차피 2년동안 근심걱정자책하면서 아무것도 못한거 더 미뤄봐야 자책만 심해질 것 같아서 이제라도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덤볐어요. ㅋㅋㅋ 힘들면 쉬어가되 스스로를 의심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100개를 한달만에 돌리나 한달에 10개씩 10달동안 돌리나 결과는 (물론 조금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비슷할 것입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목표로 나아가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