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자가주도학습을 진행하고 쓰는 소소한 잡담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가니 이젠 또 장맛비가 쏟아져 괴로운 요즘, 다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번역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에이전시 한 군데 몰빵하기)을 꽤 오래 한 죄로 그 업보를 받아(…) 최근 일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낡은 이력서 먼지 털고 새롭게 작성하려고 하다가 엄한 데서 멱살을 잡혀 자가주도학습(이라고 쓰고 원거리 소반이라고 읽기)을 3주가량 진행하였습니다.

하기 싫음이 그냥 묻어나는 허접한 이력서를 올려놓으면서 ‘임윤님 저 요즘 일이 줄었습니다. 제 단가가 너무 높은가요? 아니면 제 분야가 문제인가요?’라고 헛소리를 써 놓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임윤님께서 어마무시한 내용의 리플을 달아 놓으신 겁니다.

‘이력서 보니 상태가 아주 심란한데 3주 정도 잡고 기초 공사부터 합시다. 공사 후에 이력서는 새로 써오세요.’

그리고 제게 주어진 미션은 1. 성문기초 영문법 3회독 2. 컴퓨터 활용능력 2급 필기책 2회독 3. 한산번 교재 1회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웬 날벼락이냐 싶었으나 이곳은 한산번(실미도)이므로 임윤님이 까라면 까야 하지 않겠습니까? 별 내용은 없으나 8월 한 달 띄엄띄엄 오는 일을 병행하며 본의 아니게 한산번에서 늘 외치는 기본 3종 세트(?)를 직접 해본 소감을 써볼까 합니다.
  1. 성문기초 영문법
이거 서점에 사러 가던 그 날 제 심정을 표현하자면 ‘2017년 기준 토익 거의 만점에 영문학 (복수)전공한 이런 내가 중학생 영어책 따위를 봐야 하냐!’ 였습니다. 그리고 이 알량한 자신감은 제1장 품사를 읽고 문제 풀이를 하면서 산산조각이 납니다. 문제 풀이 반타작이 나오더군요. 그다음부터는 어디 가서 토익의 ㅌ자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닥치고 조용히 읽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3회독을 마치고 나니 확실히 일할 때 원문의 영어 구조가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시간 날 때마다 몇 번 더 반복해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짐만 하고 아직 실행을 하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_-;
  1. 컴퓨터 활용능력 2급 필기책
라이브 방송에서도 임윤님이 말씀하셨고, 초반엔 저 역시 무슨 훈장처럼 외치고 다녔는데 저는 영광스러운(?) 소반 1호입니다. 흔한 컴맹 중 하나인데 컴퓨터 켜면 인터넷이나 하는 수준이고, 트라도스를 늘 최신판으로 재깍 업데이트하는 것은 번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버전이 낮아 파일을 못 여는 일이 생길까 무서워서입니다. 문제가 생길 상황을 원천봉쇄하는 것이죠. 기껏 사 놓고도 왠지 모를 두려움에 실제로 까는데 평균 2달이 걸리는 건 덤입니다.

2017년 소반에서 컴퓨터 공부하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막상 일 들어오니 일한다고 뒤로 미뤄두고 있다가 4년 차에 컴퓨터 책을 사고 보니 왠지 사이버로 소반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심리적으로 저항이 덜한 영어를 넘어 드디어(!) 컴퓨터 책을 보니 처음엔 너무 무서웠습니다. 막 파이썬, C++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라고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펴보니 평범하게 윈도우 사용법, 컴퓨터 사용법을 하나씩 짚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읽을 때는 저의 무식함에 치를 떨었으나 내용 자체는 아주 유용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머리에 남은 내용은 거의 없으나(…) 컴퓨터에 소소한 문제가 생기면 저 책을 뒤져보면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 그리고 디스크 정리 부분을 읽으면서 노트북 C 드라이브를 정리했더니 40GB 남아 있던 여유 공간이 100GB로 늘어나 깜짝 놀랐습니다. 왠지 게임 속 멘트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소반 1호님이 C 드라이브에서 여유 공간 60GB를 획득하셨습니다.’(드립 죄송)

 
  1. 산업번역 가이드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 받고 앞에 몇 페이지 읽다가 몰라 뭐야 너무 많아 무서워 이러고 책꽂이에 꽂아 두었는데(임윤님 죄송합니다.) 자가주도학습(…)하에 제대로 읽어보니 역시나 유용한 내용이 매우 많았습니다. 태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게임 번역에 절대로 발을 들이면 안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였으며(못 하는 것은 안 하는 것이 맞다는 임윤님 말씀은 진리입니다.), 트라도스 부분을 읽다가 뜻밖의 수확을 하나 더 거두었습니다. 제가 올해 초에 컴퓨터 하드를 새로 사서 C 드라이브로 꽂으면서 기존의 C 드라이브가 F 드라이브로 바뀌었고 그 결과 트라도스 2019에서 작업한 번역 작업과 메모리(거의 3년 치)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니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트라도스 파일 경로가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찾아보니 날아간 게 아니고 얌전히 그 경로에 있었습니다. -_-; 또다시 게임 속 멘트가 생각나네요. 재미없지만 마지막으로 드립 한 번만 더 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소반 1호님이 3년 치 분량의 번역 작업과 티엠을 다시 발견하셨습니다.’

 

이력서 검토를 기다리면서 앞에서 했던 공부를 다시 해야지 마음먹었는데 역시나 마감이 없으니 안 하게 되는군요. 글을 쓰고 나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들 늘 건강하시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번역가 blueundine blueundine · 2021-09-03 13:47 · 조회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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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3 17:17

    아이구 수고하셨습니다! 많이 버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