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번역을 망쳐야 돈을 못 버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다들 한국산업번역교육의 서비스를 알차게 이용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희는 이 분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이 분이 지속해서 게시하고 계신 사견이 저희 영업뿐만 아니라, 포럼을 통해 산업번역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번역업계를 판단하시려는 분께 해악을 끼칠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글을 씁니다.
이분께서는 저희 포럼에는 좋은 얘기만 있고, 번역가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전자는 사실이 아니고, 후자는 조건부로 사실이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포럼 글과 덧글은 글쓴이도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합니다. 저희에게 최종적으로 이력서를 돌려도 된다고 확인받지 않으신 상태로 이력서를 열심히 돌리시다가 점점 답장이 오지 않게 되었다는,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사실도 한 페이지 건너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이므로 이를 삭제하지 않습니다.
번역가의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조건부로 사실입니다. 기본 영문법을 익히지 못한 번역가가 번역업계에서 겪는 현실이란 정말로 만만치 않을 겁니다.
또한 이분께서는 ‘별 사회경력도 번역 수요가 많은 분야에 지식도 별로 없는 사람이 자리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라는 의견도 함께 주셨습니다. 지식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성문기초영문법에 정리된 영문법이라면 정확한 말씀입니다.

저희는 항상 ‘연락이 잘 되고, 파일을 원활히 열고, 번역을 오역과 누락 없이’하시면 원하시는 만큼 일하실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연락이 잘 되고, 파일을 원활히 여는 일은 데스크톱 컴퓨터, 모바일 기기 활용능력, 다양한 컴퓨터 보조 번역 도구 활용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시험으로 치면 원서접수에 해당하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오역과 누락 없는 번역에 집중하시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오역과 누락 없는 번역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인 만큼 삭제하지 않고, 이 분의 번역 일부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하겠습니다.

검색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리지만, 기초 영문법을 숙지하고 있어야만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In one of its many chat rooms, you are able to interact with other players in a myriad of ways. So many ways, in fact, that the line between NPC and real person becomes irrevocably blurred, to the point that discerning between the two becomes a game in and of itself.
https://medium.com/@wilsonmtaylor1991/vrchat-game-script-review-the-worlds-most-ambitious-story-centric-game-59a001097522

상기 두 문장은 일종의 가상현실 게임 VR챗의 리뷰 일부입니다.
리뷰 작성 시점 기준으로 VR챗은 현실의 진짜 인간이 VR기기를 이용해 접속한 아바타와 개발자가 만든 AI가 구분 없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다른 온라인 게임은 후자를 NPC(non playable character)라고 하여 현실 플레이어와 명확히 구분합니다. NPC는 항상 제자리에 있고 실제 인간 플레이어와 다른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샘플테스트는 기초 영문법을 정확히 이해해서 번역하시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두 문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In one of its many chat rooms, you are able to interact with other players in a myriad of ways.
이것의 많은 채팅방 중 한 곳에서 귀하는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So many ways, in fact, that the line between NPC and real person becomes irrevocably blurred, to the point that discerning between the two becomes a game in and of itself.
방법이 너무 많아 사실상 NPC와 실제 사람 사이의 경계선이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해져 이 둘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포인트가 되었다.

‘뭔가 많이 빠졌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뜻과 다르다’ 같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
In one of its many chat rooms, you are able to interact with other players in a myriad of ways.
이것의 많은 채팅방 중 한 곳에서 귀하는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의는 its를 직역한 표현입니다. 성문기초 64쪽 지시대명사에서 다루는 내용으로, 지시대명사는 특정 대상을 가리킨다는 내용과 용법이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어 원어민이 ‘이것의’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어는 지시대명사가 확실한 경우 생략하거나, 지시 대상을 직접 지칭합니다.
“I bought a book last year... and... I have yet to read it.”
어떤 한국인이 “나는 작년에 한 권의 책을 샀다... 그러나... 아직 그것을 읽지 못했다.”라고 합니까?
“제가 작년에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아직 못 읽었지만요.” 이렇게 작년에 산 그 책이란 게 확실할 때는 ‘그것’을 아예 생략합니다.
문법을 숙지하고 계셔야만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씀드린 부분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원칙적으로는 its를 생략하거나 지시 대상을 직접 지칭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문 문장만으로는 지시 대상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있어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 기사를 검색해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샘플테스트는 첫 문장에 대명사가 포함된 문단을 사용하여 테스트 응시자의 영어, 한국어 기본 문법과 검색 능력을 파악합니다.
its는 ‘이 게임 속’이라고 하거나, 테스트 자체가 전체 글의 중간 부분임을 고려하면 삭제하셔도 좋습니다.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번역하시면서 갑자기 모든 문법이 떠오르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나아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합니다. 산업번역에서 요구하는 문법 수준은 절대 높지 않으므로 저희가 조언을 드린 방법대로 훈련을 반복하면 나아지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최소한의 훈련도 안 하면 당연히 현실이 만만치 않아지겠지요.

다음 are able to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번역하였는데, 정확한 번역은 ‘할 수 있다’입니다. (성문기초 136쪽 조동사 편 be able to 설명)
한국어의 ‘~게 되었다’는 변화의 뜻이 있습니다.

“8개월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8개월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인 원어민의 감각으로 보면 앞문장은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되나 보네’이고, 뒷문장은 ‘원래는 안 됐는데 지금은 되나 봐’와 가깝습니다. 이는 서비스 업데이트 공지사항 등을 번역할 때 제공 시점을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오역이고, 할부 예시로 말씀드렸듯 게임에만 적용되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에 ‘되다’와 관련하여 오역이 발생합니다.
So many ways, in fact, that the line between NPC and real person becomes irrevocably blurred, to the point that discerning between the two becomes a game in and of itself.
방법이 너무 많아 사실상 NPC와 실제 사람 사이의 경계선이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해져 이 둘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포인트가 되었다.

the line between NPC and real person NPC와 진짜 사람 간의 경계가
becomes irrevocably blurred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흐려졌다
여기서 becomes와 irrevocably가 각각 변화의 의미를 지녔고, 뒤의 to the point that과 연결지어 읽어야 합니다. 특히 여기서 revoke가 포함된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 게임 리뷰어의 게임에 대한 선호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리뷰어는 여러 회사가 멀티플레이어 중심의 스토리를 내놓으려 했으나 자신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발사의 노력을 칭찬하며 진화를 거듭하여 바람직한 상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irrevocably를 사용한 이유는 이렇게 한번 바람직한 상태로 진화가 시작된 이상 과거의 썩 마음에 안 들었던 상태로 ‘없었던 상태로 취소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바꾸다’와는 다른 뜻입니다.

to the point that ~할 정도까지(숙어)
https://dict.naver.com/enendict/#/entry/enen/437b7d8beab6480aa03dd4bbd0bb3a3d
저도 외운 내용을 잊어버려서 검색했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가’를 알려면 기본 문법을 착실히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역문은 ‘포인트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원문이 became the point 등 point 자체가 목적어여야 했겠지요. 관련 내용은 성문기초영문법 24쪽에 있습니다.

discerning between the two 둘(NPC와 플레이어)을 구분하는 것이
becomes a game 하나의 게임이 되었다
여기서 ‘게임’을 누락하면 절대 안 됩니다. 이는 VR챗이라는 게임의 특성과, 그에 대한 작성자의 의견까지 함께 누락한 것입니다.
in and of itself.
여기서는 in itself와 of itself가 나오는데, itself가 반복되므로 앞의 itself를 한 번 생략한 것입니다. 저는 샘플테스트를 번역할 때는 거의 모든 단어를 검색하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in itself는 영한사전에서는 ‘본질적으로, 그것 자체로’ 등의 뜻이 나옵니다.
옥스포드와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는 본질적 성질로 보았을 때(viewed in its essential qualities, in its own nature), 다른 것과 분리하여 고려되는(considered separately from other things)이라고 합니다. 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 작성자의 주장입니다.

of itself는 YBM idiom 사전에서 ‘자연히, 저절로’라고 합니다. 게임 내에서 저절로, 즉 개발자도 플레이어의 의도도 아니었으나, 이 자가 사람인가 AI인가 구분하는 것이 게임이 되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https://en.dict.naver.com/#/entry/enko/37da75aa302c47c79580481545315d5d
of itself가 ‘누군가의 의도 없이 저절로’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리뷰 바로 앞문단에서 작성자가 VR챗이 멀티플레이어에 중점을 둔 스토리라는 점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뒷부분 역시 제작사의 직접 개입이 거의 없는 상태로 플레이어들끼리 교류하며 사소한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운 게임이라는 내용입니다.

또한, you의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는 사실 you입니다. 작성자와 독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만 you를 정확히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작성자는 개발자와는 연관이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VR챗이라는 게임의 플레이어이며, 목적은 자신의 플레이 경험을 다른 플레이어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대상 독자는 VR챗에 관심이 있는 다른 게이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게임 리뷰의 어투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슬더슬 아류작인줄 알았는데? 모바일로 출시된 네오버스(NEOVERSE) 리뷰
https://www.gamein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57

이외에도 정밀이라는게 있는데 이건 소위 딱뎀 적의 HP를 정확하게 0으로 만들게되면 스킬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저작권 : 게임인(http://www.gameinn.co.kr)

한국어 원어민이 동일한 상황에서 ‘you’를 처리하는 방식에 주목하겠습니다. 한국어는 주어가 없으면 대부분 독자가 주어가 됩니다. 저 문장을 영작하면 you가 들어가며, "만약 you가 준다 대미지 적의 남은 HP와 정확히 같은..."이 될 것입니다.
In one of its many chat rooms, you are able to interact with other players in a myriad of ways.
이것의 많은 채팅방 중 한 곳에서 귀하는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번역에서는 단순히 ‘귀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작성자와 독자의 관계, 작성자의 목적 모두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작성자는 게임이 취미인 평범한 게임 리뷰어로, 스팀에 자기 돈으로 구매한 다양한 게임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심지어 본문 처음에도 나와 있습니다. 즉, 별다른 대가 없이 평범한 게이머로서 게임을 즐긴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겁니다. 이 상황에서 ‘귀하’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실 전체 3000문장 중 저 두 문장만 저 정도로 오역이 났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어질 오역 중 일부로, 일부러 오역이 적은 부분을 선별했습니다.

심지어 저 오역을 하신 분께는 번역시장에는 문제가 있는 번역가 정보가 공유되니, 제발 대명사부터 공부하시라고 여러 번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희는 여러분의 커리어, 성공, 실력을 보장해드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조언을 드렸는데도 안 따르시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본의 아니게 긴 글이 되었으나 이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작성하신 댓글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포럼 등에 보여오셨던 글들에 대해 모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본인의 오역과 누락, 객관적인 영어 실력과 상황부터 돌아보시고 저희 조언의 1/10이라도 실천하신 후에, 다른 분께 정보를 드렸으면 합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남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산업번역의 기술적 측면은 도움을 드립니다. 그렇다면 기본 영문법을 공부하려는 노력과, 저희 조언을 따르려는 최소한의 노력만큼은 보이시고 나서 저희 서비스를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리자 임윤 임윤 · 2022-06-22 15:37 · 조회 1570
전체 2

  • 2022-06-23 03:05

    최근에 처음부터 끝까지 구글와 파파고 두 번역기의 결과물을 버무린 것을 떡칠해둔 영한 매뉴얼을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트라도스 트러블로 인해 해결에 시간이 걸려 파일을 열어 확인하고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거의 MTPE 에 가까운 리뷰를 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이런분께 계속해서 의뢰를 맡길 곳이 몇 군데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리뷰를 가장한 MTPE가 주는 곶통에 계속 속으로 절규하며 '아니 번역기를 쓸 거면 제대로 고치기라도 하던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내 '번역을 시도도 하지 않고 번역기부터 찾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번역을 할 수 없었겠지'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번역가로 일하며 느낀 현실과 고통을 논하기 전에, 모르는 것은 사전을 찾고 공부하고 번역은 직접 한다는 원칙을 먼저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2022-06-24 17:15

    주제넘는 댓글들을 단 것 같아 지우려 해도 수정 삭제가 막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뒀습니다. 공연히 일을 벌인 것 같아 좀 죄송스럽고 부끄럽네요. 이미 작년에 몇 번 리뷰받았던 내용같은데 다시 상세히 해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 번역회사에 들어가 PM을 하면서, 도제식으로 번역물에 수시로 피드백을 받으며 공부를 했고 대개 번역을 망치지도 돈을 못 벌지도 않았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물론 번역회사 들어가는 일이 한산번 측 지도 방향과는 맞지 않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는 얘기고요, 그런 과정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 새로운 업계에 자리잡기란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 강조하시는 기초문법 모르는 분은 회사에서 본 적이 없구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한산번에서 배웠던 것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