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사이트 글 재업) 한국 번역회사 생존기 6 - 마춤뻡을 덜 빻아봅시다

안녕하십니까 대원님들, 한국 번역회사의 프로 야근러입니다.

일의 홍수가 났을 때 입사한 자라서 일이 적을 땐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일이 들어오면 to do list에 간단히 적은 뒤, 무조건 실수없이 우선순위대로 빨리 쳐낸다를 먼저 배운 저는 적당히, 쉬엄쉬엄이라는 말이 어렵습니다.
PM이 잠시 바뀌었는데 이 분 스타일도 빨리빨리가 아니라서 프로젝트 템포가 조금 여유로워졌습니다. PM이 원한다면(그리고 영향력이 그만큼 있다면) 프로젝트 템포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고객은 같은데 PM이 달라진 지금은 조금 살 것 같습니다. 게임 업데이트가 비교적 적은 개학 시즌이라 그렇기도 하지만요.

오늘은 지난 번 띄어쓰기에 이어 샘플 테스트에 붙는 데 도움이 될 한국어 마춤뻡을 들고 왔습니다.
사이시옷 따로, 외국어 표기법 따로 하는 식으로 연재할까 했지만 띄어쓰기를 마치고, 다른 필요 없는 가지를 치고 나니까 남은 내용이 적어서 그냥 한꺼번에 올리겠습니다.


1. 사이시옷

사이시옷을 언제 쓰는지 아시나요? 사이시옷은 따로 발음했을 때는 된소리가 아니던 단어가 합성어가 됐을 때 된소리가 나면 붙여주는 시옷입니다. 몰라도 사는 데는 지장 없습니다만 사이시옷이 붙는 첫번째 법칙이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아래 예시를 발음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두번째 법칙은 '순우리말+순우리말', '순우리말+한자어' 합성어일 때만 붙는다는 것입니다.

예: 햇볕, 나뭇잎, 아랫방, 자릿수, 횟가루, 제삿날, 최솟값, 최댓값

저는 중학생 때 최소값 최대값이라고 표기되어 있던 수학 참고서와 최솟값 최댓값이라고 표기되어 있던 수학 교과서 사이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겪었는데 대원님들은 어떠셨나요? 딱 그때 최댓값 최솟값 절댓값 표기법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세번째 법칙은 한자어끼리는 사이시옷이 안 붙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예외도 있어요. 이 경우는 예외인 단어만 외우면 된다고 합니다.

예: 초점, 소수점, 개수, 치과
(예외: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2. 두음법칙 예외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오는 '열' '율'은 '렬' '률'로 적습니다.
예: 비율, 실패율, 백분율, 연이율, 처리율, 분열
주의: 이용률, 재생률


3. 읭스러운 사실

평소 예(Yes)의 반대로 쓰는 No는 '아니요'입니다. 아니오가 이니래요.(아니오는 하오체에서 온 것)
4. 온점은 괄호 앞에 괄호 뒤에?

한국어에서 괄호 안에 문장이 들어간 경우, 괄호 앞에 온점을 찍을지 말지는 말이 많습니다.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일단 앞에 찍는게 맞는다고 합니다만, 뒤에 찍어도 무방합니다. 곧 주꾸미/쭈꾸미처럼 둘 다 맞다고 인정할 것 같다고 해요.

예: A회사 입금 빨라서 괜찮아요.(근데 요율이 짜요.) <= 원칙
A회사 입금 빨라서 괜찮아요(근데 요율이 짜요.). <= 원칙은 아니지만 맞는 것으로 인정


5. 외래어 표기법

1)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습니다. (예: 케이크, 로봇)
2) 받침으로는 'ㄱ,ㄴ,ㄹ,ㅁ,ㅂ,ㅅ,ㅇ'만을 씁니다. (왠지 짧고 세게 발음해야 할 것만 같은 슈퍼마'켙'은 틀린 것)
3) 표기에 된소리 쓰지 않는다 (예: 파리, 모차르트, 서비스)
4)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에 따른다.
5) ㅈ,ㅊ은 단모음 표기 (예: 버젼(X) -> 버전)


6. 기타: 자주 틀리는 표기
위쪽 -> 윗쪽(X)
아래쪽 -> 아랫쪽(X)
초점 -> 촛점(X)
넉넉지 않다 -> 넉넉치 않다(X)
머리말 -> 머릿말(X)
며칠 -> 몇 일(X) 몇 년, 몇 달, 몇 주와 달리 '몇 일'은 성립하지 않음.
그러든지 말든지 -> 그러던지 말던지(X) '던'이 붙는 것은 '나의 살던 고향은'처럼 과거형일 때
자릿수 -> 자리수(X)


대원님들이 알 것 같은 것, 이런 건 필요 없겠다 싶은 것을 많이 생략하긴 했지만 다 때려넣어도 분량이 띄어쓰기 글만큼 나오는 것 같네요.
저는 맞춤법에 관심이 많아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읭스러운 사실과 사이시옷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은근히 틀리기 쉬운 표현들도 있었고요.
이런 긴가민가한 표현들을 숙지한다면 한국인답게 돈을 빨리빨리 벌어놓고 침대에 누운 자국 화석이 생기도록 둔눠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한발짝 다가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생존기에서 뵙겠습니다.
beyond 번역가 beyond · 2019-04-10 10:14 · 조회 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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