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졸려서 푹푹 찌는 한산번 영업글입니다.

사실 이벤트 당첨까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께서 마치 실크의 그것과 같은 부드럽고 유려한 솜씨로 글을 써주셨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입니다. 당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돈에 관심이 없는 자가 진정으로 돈에 미친 자인 것처럼,
저도 당첨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이 새벽에 글을 찌는 이유는 진정으로 당첨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7년 아아... 그 코로나가 없던 호시절에 무려 실미도 5기로 발을 담갔습니다.
그때는 실미도였어요. 오는 건 자유지만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 시기에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번역 학원에도 다녔지만 역시 모든 건 실전에서 구르는 것이 제맛임을 모르던 시절의 우매한 행위였습니다.
그래서 수년을 흘려보냈죠.
영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냐 하시면 정말 맞는 말이라 조용히 있겠습니다.

 

원래 저는 통역사가 되고 싶었지만, 유일하지만 거대한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해 그 길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아, 영어요? 당연히 못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오른쪽 귀의 청력을 잃고 2017년 설날 연휴의 시작과 함께 왼쪽 귀의 청력마저 잃으며 일생일대의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실 그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청각장애인으로 몇 년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습니다.

 

장애인고용포털이라는 웹사이트에 가보신 적 있으신지요.
그곳은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로, 다양한 일자리가 올라옵니다.
그와 동시에 이 일자리의 작업 환경 또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작업장소 : 실내
드는힘 : 선택 안함.
서거나 걷기 : 서거나 걷는 일 거의 없음
듣고 말하기 : 듣고 말하기 중요(!)
시력 : 아주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정도
손작업 : 선택 안함.
양손사용 : 선택 안함.

 

이렇게 적혀져 있는 공고를 수십 개쯤 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직종이 듣고 말하는 것을 중요로 하는 구나 깨닫게 됩니다.
그런 깨달음을 몇 번 겪다 보면 우울감도 찾아오지만 저는 그냥 언제부터 제 책장에 있었는지 모를 !성문기초영어!를 꺼내고 묵묵히 읽으며 애써 외면하던 지메일을 켭니다.
그리고는 답장이 늦어서 어... 미안하고... 어 일할게...라는 식의 답변을 숨도 쉬지 않고 쳐내며 트라도스를 켭니다.
그리고 그냥 번역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다보면 괜찮아져요.

 

저는 임윤님이 경계하던 번역가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자였습니다.
마치 어떤 드라마의 신세경과 같은 모습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하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일하는 나, 제법 앙칼지잖아? 라고 생각하던 자였지만...
지금 전 간장 국물 묻은 잠옷을 입고 그 위에 가디건을 입은 채 새벽 6시 20분에 이 글을 씁니다.
"이 시간에 왜?"라고 하신다면 당신은 번역가의 탈을 쓴 부지런한 NPC일 뿐이니 이 페이지에서 당장 나가주세요.

 

지금 1,000단어 남았거든요? 얼른 이걸 쳐내고 자야 하지만 저는 그것을 미루고 후기를 찌는, 훌륭하진 않지만 그저 그런 번역가로 성장했습니다.
일이 없을 땐 아예 없고요. 일이 많으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말이 희한한 곳으로 가버렸는데, 아무튼 번역가는 이렇습니다.

 

굉장히 이른 아침 10시에 일어나서 제 부지런함에 감탄하며 김치면으로 양치 사악 해주고요.
일말의 아내 노릇을 하고자 청소와 설거지를 합니다. Yeah, I am married.
그러면 한 12시 정도 되는데 그때부터 소크라테스가 '저런...'이라고 할,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웁니다.
중간중간 조금씩 잠도 자고, 마치 기계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하트를 누르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여행하다 보면 계획은 날아간 지 오래로, 오후 8시부터 본격적인 눈물의 헬파티가 시작됩니다.
번역가의 진정한 삶은 지금부터 시작되죠.
한 1시간 열심히 번역하다가 남편을 마주하면 남편은 제가 온종일 일한 것처럼 눈물을 훔치며 저녁을 차려줍니다.
후루룩 짭짭 먹고 커피를 내리며 남편을 먼저 재우곤 컴퓨터실에 들어가서 '더 이상 미루면 죽음뿐이야, 네가 결제한 목걸이를 생각해'라고 외치며 일합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시간에 이 글을 쓰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인생이 흘러가요.

 

평일 오전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하고,
9시부터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앵무새처럼 '제가 청각장애가 있어 방금 하신 말을 정확히 듣지 못했는데,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며 업무를 하며,
누군가의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마음이 편하고 그렇습니다. 적어도 전 그래요.

 

수익이 변변치 않을 때는 남편에게 의지도 하고 가족에게 의지도 했었지만
"떼잉 쯧, 우리 딸 번역가로 밥이나 벌어먹을 수 있으려나" 했던 부생아신 모국오신도 이제는 하루하루 울먹이며 남은 단어 수를 말하는 절 보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실미도에서 시작한 한국산업번역교육, 임윤님의 정영한>성문>EBS>빽빽이로 이어지던 좌절과 혼돈 속을 묵묵히 걸어온 저는 이번 달 수익 1XXX만원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속지 마세요. 2개월 전 번테기를 겪던 제 수익은 12만원이었읍니다. 모든 건 예적금으로 향할 것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50% 할인을 받으며 30만원 남짓한 돈으로 약 5년 전 실미도에 평생 입성하게 해주신 임윤님께 바칩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캔씩 조지던 거대한 핫식스에도 바칩니다.
아 또, 직장 생활이 얼마나 참으로 아름다운지 알려준 우리 전 상사에게도 바치고요.

 

다른 분들께서 한산번의 장점을 많이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셔서 저는 약간 다른 버전으로 후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만약 아직 결제하지 않은 고갱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저는 하루라도 빨리 결제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사람이 말이죠. 본인 돈이 들어가면 굉장히 진지해져요.

 

그리고 아직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셨기에 그 금액이 커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번역가에게 맞는 영어 공부법과 이력서 작성법,
어떤 분야는 하면 안 되고, 어떤 분야를 노려야 하며,
어떤 시간에 연락해야 하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며,
당신의 샘플테스트는 너무나도 이상하고 말이 안 되며(급발진),
절대 코스메틱과 게임 번역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눈물 나죠? 제 얘기니까요. 아직도 기억합니다. 박제된 제 코스메틱 번역. 그리고 나는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이 많다지만 내 밥그릇이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로요. 무료 조언을 더 경계하십시오. 이유는 이미 이곳을 드나드셨다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또 외국은 정이 없어요.
만약에 이 사람 이력서에 같잖은 오타가 갈겨져 있으면 연락도 하지 않습니다.
왜 샘플테스트에 떨어졌는지 알려주지도 않아요. 샘플테스트에 떨어졌다고 연락을 해주는 업체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기존 번역가가 run하면 마치 제게 처음 제안하는 것처럼 살갑게 연락을 해오지만 제가 납품하면 잘 받았다는 답장도 없습니다. 이 인두겁을 쓴...

 

여러분께서 만약에 한산번을 가입하지 않고 홀로 열심히 영업하셔서 어떤 업체의 절실한 부름을 받고 테스트도 없이 200만원짜리 번역을 하셨어요?
근데 돈을 다음 달에 준대. 근데 다음 달이 되니까 자금 사정이 어쩌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다가 연락을 안 받네?
여러분,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뭐 인생 교육이라고 생각하지'하시면서 잊으실 건가요?

 

이곳은 다르다.
저는 이곳의 매뉴얼을 진작에 익히고 업체를 쪼아 그 돈을 받아낸 사람입니다.
저는 이곳의 매뉴얼을 진작에 익히고 업체를 자극해 요율을 올려낸 사람입니다.
저는 이곳의 매뉴얼을 진작에 익히고 적재적소에 활용해 이번달 처음으로 1xxx만원을 달성한 사람입니다.
저는 2개월 전 12만원을 벌었고 영어를 못하지만 적어도 그 어떻게 못하는지는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총체적으로 못하지요... 하지만 트라도스를 잘 굴리고 파일을 잘 여는 사람이 되었읍니다.

 

여러분!!!!!
기회비용을 생각하십시오!!!!!
2년에 173만원입니다. 그럼 한 달에 (...계산기를 켜고) 72,000원..? 눈을 의심하고 다시 계산해도 동일하군요.
이제 배민을 켜고 족발과 마라탕, 엽떡을 검색하십시오. 자부하건대 그 세 메뉴를 합친 가격이 저 가격보다 비쌀 것입니다.
이제 네이버를 켜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의 OTT 서비스 구독비용을 검색하십시오. 다 더하면 가격이 어떤가요.
한 달 금액으로 계산하니까 그런거 아니냐고 하신다면 할 말 없어요.
그런데 만약 여러분께서 저처럼 간장 국물 묻은 옷을 입고도 하루에 몇십만원씩 벌고 싶으시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은 투자하셔야 합니다.
(무료로 어떻게 비비는 가성비人이 되지 말자고 하고 싶었는데 이 가격 자체가 솔직히 너무 가성비 넘치잖아...)

 

여러분이 빠르게 그 비용을 투자할수록 당신의 거지 같은 직장 상사는 빠르게 멀어질 것이며,
당신의 거적때기 같은 잠옷은 빠르게 피부에 스며들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어땠는지 빠르게 잊게 되고요.
매일 집에 칩거하느라 날씨를 몰라 편의점에 나갔다가 파르르 떨며 집에 돌아오는 날이 잦아질 것입니다.

 

이 중에 가입을 고민하시는 청각장애인 분이 계신다면 어서 저와 함께하시죠.
간혹 전화하는 경우도 발생할 거라는 글이 있긴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마법의 문장 I have a hearing impairment를 들이대기만 하면 모든 건 이메일로 ok입니다.
50% 할인도 되니까요. 우리 한번 같이 열심히 해봐요.
내가 공부하기만 한다면 장애에 상관없이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꽤 큰 위안이 되는 것 아닌가요?

 

너무 길어졌군요.

 

지금 시각, 오전 7시 47분입니다. 직업병 못 버리고 맞춤법 검사기 돌리느라 조금 길어졌습니다.
남은 단어는 납기일도 남았겠다, 그냥 자고 이따 하려고요.
아무튼 출근 열심히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번역가 옥자 옥자 · 2022-04-14 07:48 · 조회 948
전체 10

  • 2022-04-17 20:28

    옥자님...마치라잌 다이슨 진공청소기의 흡입력을 연상시키는 이 필력 무엇입니까...비용을 이렇게 계산해 본 적은 없었는데, 월 7.2만원(2022년 4월 17일 기준)에 교재제공+2년간 맞춤형 컨설팅이라 생각해보니 이거 진짜 이래도 되나 싶고 예 참...그렇읍니다...다같이 적일많벌 라이프 누려보아요!


    • 2022-04-17 23:16

      감사합니다! 적일많벌... 늘 원하지만 적게 일하기엔 제가 너무 게으르고 그렇습니다... 큿소


  • 2022-04-14 15:12

    완전 공감되는 글이었어요! 지금 계속 고민중이었는데...글 읽고 결심했습니다!!
    옥자님..들숨 날숨에 돈벼락 맞으시기를^^


    • 2022-04-14 17:25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구독자에서 번역가로! 열심히 같이 굴러봐요₩-₩


  • 2022-04-15 03:05

    선생님 정말 최고.......ㅇㅁㅇ)b 홀린듯이 읽고 추천 눌렀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


    • 2022-04-15 04:05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너무 노골적으로 썼나 싶었어요...$-$


  • 2022-04-17 22:09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글도 너무 재밌게 잘 쓰시네요. 늘 돈길만 걸으시길!


    • 2022-04-17 23:17

      감사합니다.. 인생의 풍파없이 코로나님의 손을 잡고 돈길만 걷고 싶읍니다.


  • 2022-04-18 13:57

    감사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ㅎㅎㅎ


    • 2022-04-20 00:4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