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qwerty는 전기 직장을 꿈꾸는가?

1. 가입 계기

저는 직장에 다니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 갖춰 입고 추우나 더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것부터가 힘들었어요.

물리적 직주근접을 최우선하여 도보 15분 거리에 집을 얻었으면서도 8시 20분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출근해서도 내 업무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누구와 사이가 어떤지를 비롯해 직장 내 역학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잘 껴들어야 원활한 직장 생활이 가능했는데요. '확실한 내 편은 아니지만 무해하고 그냥 자기 할 일 하는 사람'인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더라고요.

이것이 K-사회성 부족한 저에게는 참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미 이런 부분에서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성격을 타고났는데, 당위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노력을 하기가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한국산업번역교육은 임윤 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실미도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이런 이유로 프리랜서 번역가가 내 성격에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관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왠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 길로 오게 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도 본인의 성향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행복하려면 남 보기 좋은 것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찾아서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저한테는 이런 거구나 싶어요.

 

2. 한산번 서비스가 도움이 된 점

2-1. 산업번역 가이드

자세히 정리된 산업번역 가이드를 읽고 '산업번역'의 특성과 그에 맞는 번역이 어떤 것인지, 지원부터 정산까지의 과정은 어떤 것인지를 배웠고, 따라할 수 있는 부분을 따라하며 일단 빤스를 챙겨입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CAT 사용설명서 파트에는 산업번역의 효율성을 올려 주는 CAT 이용 방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트라도스를 활용해본 것은 아직 실습이나 샘플 테스트 정도이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요령도 생기고 TM도 쌓이겠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 보니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이해가 되고 이 내용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것인지 감이 옵니다.

더욱 친절해진 개정판도 나온다니 굉장히 기대됩니다.

 

2-2. 이력서, 프로필용 샘플 번역, 샘플 테스트 첨삭

이력서는 양식도 주어지고 필요한 내용만 쓰면 됩니다. 그러면서도 채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채워서 제출하면서 '이 정도면 잘한 거겠지 후훗?' 했다가 빨간줄 좍좍 그어진 첨삭 파일을 받아들었습니다.

이걸 에이전시에 제출했었다면 어떤 대참사가 일어났을지, 아니 대참사가 일어났는지도 몰랐을 것을 생각하고 아찔해졌습니다. 제 손으로 커리어를 말아먹는 날것의 스불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요?

어떤 이력서가 잘 된 이력서인지 알지 못하는 제가 이력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를 거치기에는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NCS 기반으로 표준화된 자기소개서조차 지원할 때마다 다시 써야 하는데 영문 이력서는 같은 내용을 수많은 곳에 돌리면서 알뜰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력서 첨삭 서비스가 참 유용합니다.

프로필용 샘플 번역은 전문 분야를 찾는 데, 전문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을 포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에이전시 지원 샘플 테스트를 망쳤다면 물은 이미 엎질러진 일이나 닦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어디다 어떻게 엎었는지를 분석받은 뒤, 어떻게 닦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안 엎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맞춤형 조언을 통해 최근에는 QC A, flawless!라는 샘플테스트 리뷰어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2-3. 교재 추천

2-2의 첨삭 과정에서 영어공부 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단어는 다 아는데도, 한국어로 말끔하게 옮기는 것은 차치하고 해석이 되지 않아 난감하고 어려웠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종종 있었습니다. 해석이 막힐 때마다 '이런 내가 번역가를 한다고 괜히 덤비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제가 처방받은 교재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영작 책입니다. 제가 이걸 보고 영작을 술술 할 수 있게 됐어요! 라고 하면 이 화장품을 바르면 주름이 쫙 펴집니다! 라는 허위 내지 과장이겠지만...

'입시, 토익으로 영어공부에 이미 닳을 대로 닳은 내가 이 이상 영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까먹은 문법이나 용법 다시 복기해보는 거 외에 뭐가 나아지겠나' 했는데 분명히 나아졌습니다.

추천받은 영작 책에서는 정석적인 한국식 영문법 교재와는 약간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 책으로 공부와 연습을 하고 나니 영어 문장을 읽는 것이 훨씬 편해져 독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한 덩어리인지, 수식이 어디에 걸리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 체감됩니다. 영문장을 좀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옮기는 데에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4. 질문게시판

질문게시판에서 선배님들이 재료를 준비하고 임윤 님이 요리해 놓으신 글을 주워먹으면서 암묵지의 영역, 눈치에 가까운 것을 이식받고 있습니다.

트라도스가 내 마음대로 안될 때, 에이전시 지원 폼을 작성하는데 이 칸에는 뭘 써야 될지 모르겠을 때 등등 당장 필요한 키워드 검색을 해볼 때도 있고 그냥 심심할 때 보면서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3. 나가며

저는 요즘 이력서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K-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소재를 쥐어짜내고 글자수 채워 포장하는 스트레스로 한포진이 생긴 손을 벅벅 긁었던 저인데 여기에 비하면 이력서 뿌리기는 너무 쉽네요.

얼마 전, 전 직장 상사로부터 채용 공고가 날 예정이니 다시 지원해 보라는 연락이 왔지만 아무래도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번역으로 만족스러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도 번역가의 꿈을(오역과 누락 없는 실력도...) 키워봅니다.
번역가 qwerty qwerty · 2022-04-08 13:17 · 조회 841
전체 2

  • 2022-04-14 16:06

    "질문게시판에서...암묵지의 영역, 눈치에 가까운 것을 이식받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그만 광란의 물개박수를 쳤읍니다.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괜찮은걸까? 싶은 질문도 대장님 이하 여러 분들이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대답해 주셔서 대참사를 면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답니다...선생님 심신의 건강 누리시고 적일많벌 하시길 기원합니다!


    • 2022-04-14 20:05

      Hailie 님, 덕담 감사합니다. 유튜브 라이브 채팅에서 해 주시는 말씀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Hailie 님께서도 높은 단가, 여유로운 마감, 수월한 번역, 손댈 것 없는 리뷰, 빠릿빠릿한 PM, 대갓집 클라이언트, 또 뭐가 있을까요... 기타 등등 제가 아직 모르는 좋은 조건들이 다 갖춰진 일을 많이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