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오브 번데기(부제: 그 분들은 정녕 존재하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원님들, 포럼에 처음으로 글을 쎄워 보는 번역초보 번데기 인사드립니다.

대장님께서 '번린이'라는 단어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하셔서 저 혼자 대체 표현으로 번데기를 밀고 있습니다.

이참에 아예 닉네임을 번데기로 바꿔야 할까봐요 ㅎㅎ 부화는 언제쯤 할 수 있을지...

 

한산번에 발 들인지 어언(!) 한 달이나 지났네요.

그리고 저는 어쩌다 보니 정말 얼떨결에...네...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개 저으시는 국내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 같은 프리랜서로요 ㅎㅎ

(인하우스 제안이 들어왔는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저의 실력이나 경력이 그 정도가 안 될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어요.

프리랜서처럼 요율로 페이 계산하고 그 대신 프로젝트 끝날 때까진 출퇴근하며 전적으로 이 일에 집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프로즈 프로필이며 이력서 완성도 제대로 안 됐고...존버하며 준비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벌어야 할 것 같았지 말입니다 엉엉)

그리고 이제 근무 2주차인데, 초장부터 아주 스펙타클합니다.

 

오늘 경험한 일 하나만 살짝 올려보자면...

저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다른 번역가의 번역 검수를 하게 되었는데요,

"Time featured them in a 3-page spread"라는 문장을 (특정성 문제로 일부 단어를 바꾸었습니다)

"시간은 3페이지짜리 스프레드에 그들을 등장시켰다" 라고 번역한 것을 보고 hoxy...? 하는 마음에 번역기를 돌려보았더니 역시나더라구요.

않이 보안 문제 때문에 굳이 vpn까지 써서 하는 작업이거늘! 클라이언트가 그렇게 의역을 외쳤거늘! 이 자는 엌쾨 이럴수 있는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저는 조용히 화면 캡쳐를 뜬 후 PM에게 살려달라고 SOS를 쳤읍니다ㅠㅠ

저런 버녁에도 요율 매겨서 페이가 나간다면 저는 너무 슬플 것 같은데...이후의 일까지는 모르겠네요.

어제 유튜브 라이브 때 대장님께 들었던 그 '시장교란자' 얘기가 생각나더라구요.

아니 설마? 했는데 진짜진자 그런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방송 후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번데기인 제가 직접 겪었지 말입니다...

이마빡에 '한산번 대원'이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저런 만행은 저지르지 말자,

양심에 비추어 타인에게 누가 되는 사람은 되지 말자, 새삼 다짐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저 분 샘테는 도대체 어떻게 통과해서 들어오셨는지...순수한 의미로다가 궁금해집니다)

 

포럼에 에이전시 근무하시는 분들 이야기가 종종 보이더라고요.

그 분들의 뒤를 이어서...필드에서 구르며 겪는 번데기의 생존기 가끔 쪄오겠습니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세상 정신없는 날씨에 다들 건강 조심하십시오!
번역가 Hailie Hailie · 2021-04-28 01:31 · 조회 1090
전체 12

  • 2021-04-28 14:16

    헤일리님 글을 보고 저는 다른 의미로 용기를 얻고 갑니다. 저런 사람도 일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구나!! ㅎㅎㅎ


    • 2021-04-29 00:24

      그렇읍니다 그렇읍니다...대장님이 가끔 말씀하시던 '저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한마디가 머릿속을 스치며...공부하고 존버하다 보면! 저 사람보단 나아지겠지! 쭈구리 번데기 될 때마다 한번씩 정신승리용으로 떠올려보려고요 핳핳;;


  • 2021-04-28 15:02

    저도 번린이조차 되지도 못하는 대원 중 하나입니다. 번역공부 한창인데 저렇게 번역기 돌려서 갖다 붙이는 경우도 진짜 있군요... 근데 진짜 말씀하신것처럼 샘테는 어케 붙었을까요.. ㅎㅎㅎ 알 수가 없는.. 어쩄든 헤일리님의 공유하시는 글 감사합니다.


    • 2021-04-29 00:40

      사람 보는 눈 다 똑같은지 역시 저런 피드백을 저만 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번역기 그분의 스토리 2탄이 있는데 그거슨 조만간 또 썰 풀어보겠읍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곧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실 거라고 하더군요(저도 PM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는 계급장 다 떼고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되는 사람들'이란 말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호떡재벌 될 그날까지 부지런히 달려보아요ㅠㅠ


  • 2021-04-28 16:27

    번데기< 이거 좀 귀여운거같아요 ㅠㅠㅋㅋ 앞으로 계속 쓸래요 ~.~


    • 2021-04-29 00:26

      사실 저는 번데기를 못 먹습니다만(?) 단어의 어감만큼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 2021-04-28 17:07

    번데기 번데기


    • 2021-04-29 00:25

      가랏 번데기! 너로 정했다! 외쳐봅니다 ㅎㅎ


  • 2021-04-29 00:06

    Time featured them in a 3-page spread 요거는 어케 번역해야 이쁠까용...ㅠㅠ


    • 2021-04-29 00:49

      사실 잡지 이름도 그렇고 page 앞의 숫자가 원래 문장의 그것은 아니에용ㅎㅎ 여튼 저는 손톱 깨물면서 생각하다가 'Time지는 그들을 3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라고 했던 것 같아요.
      '무릇 잡지라 함은 물리적으로 분량의 제한이 있는 인쇄매체인데, 하나의 토픽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다룰 정도면 이거슨 자세히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궁예를 펼쳤더랬습니다...써놓고 보니 부끄럽네요ㅠㅠ


      • 2021-04-29 17:27

        spread가 3페이지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군요. 스프레드는 인쇄 용어로 양면을 펼쳤을 때 연결된 디자인을 뜻합니다. 따라서 2페이지 단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아주 많이 하셔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드린 바 있습니다.


        • 2021-04-29 18:03

          맞습니다 사실 원래는 Vogue featured them in a 2-page spread 였어요. 특정성 피하겠다고 보이는대로 단어를 대충 바꾼 게 말이 안 되는 문장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문제의 그 분은 '유행은 2페이지짜리 스프레드에 그들을 등장시켰다'라고 번역하셨었고요ㅠㅠ
          'a' 2-page spread라는 표현이나 구글링해서 나오는 사진이랑 설명을 보고는 '책 혹은 잡지를 폈을 때 좌우 양면으로 인쇄된 형태의 명칭'이라는 건 알아냈는데, 이걸 사전 등에 나오는 설명대로 '2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실었다' 라고 해야 되는 것인가...아니면 혹시 뭐 대서특필 이런 건가...혼자 생각하다가 그냥 'Vogue는 그들을 2페이지에 걸쳐서 자세히 소개했다'라고 뭉갰더랬습니다 ㅠㅠ (내용상 them이 막 데뷔한 패션디자이너들이라 '자세히 소개했다'라고 썼었는데...지금 다시 보니 '다루었다'라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빤히 아는 단어, 쉬운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새로운 뜻이 등장하고...이것을 여기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가 고민하느라 안그래도 매일 머리 쥐어뜯고 있습니다ㅠㅠ 존버하면서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