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한국산업번역교육을 "반"만 따라가도 번역가로 자생할 수 있습니다

실미도 땟목을 타고 부유하다

대장님 말씀 안듣고 결국 저멀리 남극까지 떠내려간 대원의 후기입니다

다들 돈버시느라 바쁜지 포럼이 조용해서 제 실패담 올리기가 민망했는데

후기쓰기 이벤트라니... 너무 좋네요

저는 한산번이 아니라, 이글루스 시절부터 임윤 대장님을 스토킹하다가

실미도 유치원도 아닌 실미도 태교반 수정란으로 가입하여

대장님께 많은 고통을 안겨드린 1인인데요

현재 4년? 5년?째 고양이님들을 끌어안고 계속 번역하고 있습니다

간간히 질문 게시판에 울부짖으면서 살려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이따금 대장님 방송을 보면서

그래서 내가 돈을 못버는구나(...)하면서 슬퍼하고 있습니다

이글은 굳이 몸으로 굴러보고 깨달은 멍청한 번역가 샘플을 제공하고자,

한국산업번역교육을 반(중요!)만 따라해도 번역가로 먹고 살 수 있음을,

그리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가장 빠르고 가장 편함을

알려드리기 위해 작성한 체험기입니다

 

 

사실 이 후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에 대장님 방송을 보던 도중

시장교란자들은 그딱우로 했지만 월 300을 벌었다고 하셔서

아주 큰 충격을 받앗읍니다

왜냐면 제 월급이...(...)

그래서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저 시장교란자보다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울부짖다가 답을 찾았는데요

 

바로

1. 이력서를 안 썼다

2. 일하는 시간이 극도로 적다

1. 이력서를 안 썼다는 그게 무슨말이냐 싶으실텐데

쓰긴 썼습니다

때는 약 5년 전, 국가에서 치는 시험을 대차게 말아먹고 고뇌하다가

초창기 실미도를 열어주신 대장님한테 우선 돈부터 보내고

어찌어찌 이력서를 써서 대장님께 보냈는데

(당시 한산번 홈페이지가 없고 메일로 주고받던 시스템)

성질 급한 대원은 그만 대장님의 답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력서를 여기저기 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에 10개씩 몇 달 안 돌렸는데 일을 시작해버렸읍니다

대장님이 "제발 다시써오세여"하고 답장을 보내셨을때는 이미

대형 프로젝트가 빵꾸나서 광광 우는 번역회사 여러 곳에서 저를 줏어간 상태여서

그 일이 끝나면 이력서 고쳐야지 하고 고만 잊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이력서(그리고 며칠 전에 수정하기 전까지의 이력서)가 얼마나 망했냐면

대장님이 매번 방송에서 여러 이력서를 대차게 까시면서

단복수좀 잘 써라

학생 1명 가르친 거 아니면 students다

대소문자 좀 제대로 해라

과거 이력이면 제발 좀 과거형 써라 라고 하셨는데

저 트리플 악셀, 아니 콰트로 악셀이 바로 저였던 거예요 하와와...

심지어 4-5년 전에 소규모 그룹강좌(?)를 여셨던 당시

수업이 끝나고 대장님께 제 이력서에 대해 여쭤보니

'맞다 님은 공개처형감입니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근데 당시에는 빽빽이가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저같은 문제아가 시장에 방생되어버린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당시 절 줏어간 번역회사들은 한국어 초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개 받아서

한쿡 번역가들을 데리고 진행했는데

멀쩡한 이력서로 붙으신 분들이

여러 회사에서 여러 대형 사고를 뻥뻥 터트리고 그만 잠적하신 것입니다

마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듯한 번역들을 남기신채...

PM들이 매우 지친 목소리로 제발 이것 좀 어떻게 해달라고 준 번역문에는

배송비가 선적 수수료로, 피콕 컬러가 공작새 색깔로 번역되어 있었읍니다

Death in labor는 근로 중 사망으로 써서

임산부를 과로사시키고 만 글을 보다보니

저는 그만 기절하고 만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매우 무서운 번역들이 즐비했으나

당시 너무 충격이 커서 기억도 나지 않네여

쨋든 이런 수많은 대형 똥밭을 수습한 공로를 인정받아

쓰레기같은 이력서를 무시한 채 계속 같이 일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대형 프로젝트들이 끝나갈 즈음에는

이력서 없이 테스트 폼을 게시한 몇 군데에 붙어서 일하게 되었고

그러다 갑자기 처음 보는 곳들에서

너 나랑 일하자

하고 메일이 오게 됩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대장님 말씀처럼 PM들끼리 번역가를 주고받다가

이력서는 구지지만

개쓰레기 오역을 (봐줄 만큼으로) 면했으며

똥밭에서 굴러가며 탈주하지 않고 똥을 치워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같이 끼워 팔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영역이 아닌 의료, 종교 등에서는 개처럼 멸망했읍니다)

심지어 일한지 3년이 되어서야 요율이 슬슬 올랐는데

올라간 이유는 제가 제시한 것도 아니고

대뜸 일하자고 메일 보낸 곳에서

"니 요율은 매우 낮고 쁘띠하구나... 우리는 0.xx 이상으로 일한단다"하면서

약 두 배로 올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번에 후기를 쓰기 위해 이력서를 4년만에 작성하면서

이력서 샘플의 요율을 보고 큰 현타가 와버렸읍니다

왠지 나보고 맨날 프루프리딩만 주던데

제 프루프리딩 시급이 너무나 작고 소박했기 때문이네요)

2. 일하는 시간이 적다는 건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이력서 쓰고 돌리고 제 로동력을 비싸게 세일즈할 생각은 안하고

대충 절 줏어간 곳에서 정기적으로 주는 일만 받아먹으면서

일하다 고양이 붙잡고 뒹굴고 이러다보니

실질 작업시간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것입니다...

하긴 하루에 최저 8시간 잠자고

넷**스와 유*브 좀 보다가

정기적으로 하는 마감만 호다닥 하고 보내는 삶을 살았던 것이지요....

각종 e북 플랫폼마다 매달 몇십 만원씩 정기결제해놓고

찔끔씩 일하고는, 구찮다고 로판을 읽으며 드러눕는 바람에

실질적인 로동 시간은 극히 적었읍니다...

그러다 높은 값으로 저를 줏어간 곳에서

똥치워라 로동자야 하고 떼굴떼굴 굴리는 바람에 (그러나 하루 8시간 수면 보장)

드디어 시장교란자의 수익을 뛰어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몇 년 시험치다 떨어져서 실미도에 들어온 무경력자인 저는

옛날에 온종일 퍼플방석에 앉아서 공부하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여서

직장인들만큼 앉아서 일하면 발작을 일으키는데요

성실하게 출근하고 일하시던 분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번역하시면

아마 떼돈을 버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의 직장인 친구들과 지인들은 저를 보며

어떻게 저러고도 먹고 살 수 있는가

사람이 어떻게 10시간씩 자고 먹고 살 수 있는가 하고는

절 극빈층이라 생각해 아껴줍니다

물론 저는 페이팔로 탕진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나라에서는 저를 극빈층이라 봅니다...

쨋든 교훈은 이력서를 안 써도 된다가 아니라

이력서를 대장님 말씀대로 제대로 썼다면

쓰레기같은 요율로 구르며 울지 않고

좀더 괜찮은 회사들에 일찍 이력서를 돌리고

요율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그리고 대장님 말씀대로

하루에 10통씩 (제대로 된) 이력서를 돌리고

샘플테스트를 제대로 치시면,

거기에 대장님이 강조하는

쓰레기 번역 피하기 & 인스트럭션 따르기 & 실수했다고 튀지 않(고 다 울고나서 수습하)기를 충실히 하면

생각보다 금방 번역가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번역가 풀이 많기는 커녕,

저같은 쩌리 번역가도 픽업해갈만큼 인력이 말라붙은 시장임을 알려드리는 체험기입니다

물론 저도 프루프리더가 빨간줄 좍좍 그은걸 보고 광광 울면서

어케 디펜스하냐며 대장님 바지자락을 움켜쥐고 울던 (그리고 여전히 울고 있는)

실미도 신생아로서 할말은 아니지만

three times a day를 하루에 세 시간이라고 적고

이를 하루 세 시간 닦는 사람이 되어버린 번역가(들)와

똥을 싸고는 연락이 두절되어 대형 프로젝트를 말아먹은 번역가(들)과

버젓이 써있는 인스트럭션을 죄다 씹은 번역가(들)를 보면

이래서 이력서를 말아먹고도(....) 픽업이 되긴 했구나 싶은 것입니다

한국산업번역교육의 가르침을 반만 따랐는데도

경력도 잃고 이력서도 잃고 이름만 남은 번역가가

월 300은 벌며 어케어케 먹고는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정신을 차리고보니 PM들을 따라 이리저리 팔려다니다가

이제 좀 정상적인 월급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이번 이벤트 덕분에,

4년 내내 새해 소망처럼 품고 살았던 이력서 쓰기를 완료했습니다...

이상으로 실미도 후기라 쓰고

대장님 말씀 안 듣고 이력서 제대로 안 쓰고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드리는 괴담(...)이었습니다

다들 이력서 씁시다

 

PS. 원래 제목은

이력서 안 쓰면 어떻게 되는지 알랴드림

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후기가 아니라 괴담 같은 기분이라 제목을 바꿨습니다
번역가 SP SP · 2022-04-05 17:14 · 조회 1401
전체 7

  • 2022-04-07 22:01

    평행세계의 제가 있다면 SP 님 같은 모습일까요?
    실제로 10시간 이상 수면과 아주 약간의 공부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점이 번역실미도 열기 전까지의 제 삶과 유사합니다.
    주 120시간 노동이 대세인 요즘이지만 전 주 120시간씩 수면을 합죠....


  • 2022-04-05 20:09

    솔직히 너무나 제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10시간 자고 ott 보고 고양이랑 뒹구는 사이 사이에 일을 하는 삶... ㅠㅠ


  • 2022-04-05 20:35

    너무 재밌어요.


  • 2022-04-06 12:27

    드러눕는 삶(?)을 원한거라 이런 생생한 후기가 큰 도움이 됩니다 ㅎㅎㅎ 써주셔서 감사해요


  • 2022-04-25 09:34

    이 글을 읽은 지 꽤 되었는데도.. 어제도 임산부 과로사를 생각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프루프리딩하다가 어이없는 번역을 만나면 임산부 과로사를 생각하며 힘내고 있읍니다!!


  • 2022-04-06 11:10

    등록 고민중이었는데 결심이 서네요 ㅎㅎ 글 감사합니다^^


  • 2022-04-08 17:26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됩니다.